프란츠 리스트 Franz Liszt의 교향시
프란츠 리스트는 베를리오즈 이후 표제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꼽힌다. 그는 12개의 교향시를 1848년부터 1858년 사이에 작곡하였다. 13번째 곡은 1881년에서 1882년에 작곡하였다. '교향시'라는 이름은 깊은 의미가 있다. 이 작품들은 교향적이지만 리스트는 이것을 교향곡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길이가 비교적 짧고 전통적인 배열에 의한 독립된 악장(1악장, 2악장 등)으로 나누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대신 교향시는 다소 대조적인 성격과 속도를 가지는 여러 부분들로 된 연속적인 형식이며, 몇 개의 주제가 각 작품의 특별한 구상에 따라 발전되고 반복되며 변주 혹은 변형되기도 한다. 의미상으로 볼 때 시(poem)'라는 것은 단순히 단어 본래의 의미 - '만들어'지거나 발명된 어떤 것 -를 말할 수도 있고, 각 작품의 표제에서 느낄 수 있는 시적 내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각 작품의 내용과 형식은 음악 자체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회화, 조각, 연극, 시, 개성, 사상, 정경, 인상 등의 것들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작곡가가 붙인 제목과 또한 대개 서문에서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마제파 - Mazeppz"는 시, "햄릿 - Hamlet"은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 "훈족의 싸움 - The Battle of the Huns"은 회화, "프로메테우스 - Prometheus"는 신화와 헤르더(Herder)의 시와 관계를 맺고있다. 이러한 관련성은 베를리오즈의 경우와 같다. 표제는 음악의 줄거리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병행하는 것, 즉 유사한 생각과 비슷한 감정을 다른 매체를 통해서 환기시키는 것이다.
리스트의 곡 "이상 - Die Ideale"에는 같은 제목의 시인 실러의 "이상"에서 인용한 부분이 여기저기 삽입되어 있는데, 리스트는 그의 음악적 구상에 일치시키기 위하여 조금도 주저없이 실러의 패시지 순서를 바꾸고 마지막에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apotheosis, 성화)'을 덧붙였다. 리스트는 "전주곡 - Les Preludes"을 '라마르틴을 기리며'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이 곡을 원래 합창 작품의 서곡으로 작곡하였다. 후에 이것을 따로 출판하기로 했을 때 그는 표제에 대해 여러가지 궁리를 하였고 마침내 라마르틴의 "시적 명상 - Meditations poetiques" 중 한 작품에 나오는 착상들을 압축하여 만들었다. 그의 교향시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아마도 "오르페우스 - Orpheus"와 "햄릿 - Hamlet"일 것이다. "전주곡"은 유일하게 지금까지 많이 연주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구성이 잘 짜여져 있고 선율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작곡되었으나, 그 어법은 리스트의 몇몇 다른 작품처럼 나쁜 의미로 수사학적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 대부분의 청중들이 보기에 터무니없이 과장된 연극적인 제스처로 가득 차 있으며, 느낌을 그렇게 나타내보일 만큼 중요하지 않은 이념에 감정을 과도하게 낭비하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전주곡"에서 그런 인상을 받지 않았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오늘날 통상적인 감정표현의 신중한 억제에 그리 신경쓰지 않아서, 리스트의 교향시는 19세기에 널리 영향을 끼쳤다. 스메타나 "나의 조국 - Ma Vlast", 프랑크 "프시케 - Psyche", 차이코프스키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 Francesca da Rimini", 생상스 "죽음의 무도 - Danse macabre", 옹팔의 물레 "Le Rouet d'Omphale"등의 작품에서 잘 나타나있다. 이 작곡가들이 그 형식을 모방하였으며, 그 대담한 화음 구조와 반음계 화성은 1854년 이후의 바그너 양식의 형성에 기여하였다.
리스트의 교향곡 2곡은 그의 교향시와 마찬가지로 표제음악이다. 그의 걸작 "파우스트 교향곡(1854)"은 베를리오즈에게 바친 곡이다. 이 곡은 각각 "파우스트 - Faust", "그레첸 - Gretchen", "메피스토펠레스 - Mephistopheles"라는 이름이 붙은 3개의 악장과 끝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악장은 괴테의 극을 끝맺는 "신비한 합창 - chorus mysticus"을 테너 솔로와 남성 합창용으로 작곡한 것이다. 첫 세 악장은 고전적인 구성인 도입부와 알레그로(소나타 형식), 안단테(3부분 형식), 스케르초(3부분 형식, 뒤에 긴 발전부와 코다가 덧붙음)로 되어 있다. "파우스트"의 첫 주제는 리스트가 즐겨 썼던 화음 - 증3화음, 여기서는 아래로 순차적으로 반음씩 4단계를 통하여 이조되어 반음계의 12음 모두를 포함한다 - 을 보여주고 있다. 주제는 각 악장들 간에 서로 교환되며 표제에 따라 변형된다. 예를 들어 "메피스토펠레스" 부분은 대부분 "파우스트"의 주제를 불길한 느낌이 들도록 회화한 것(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의 끝 악장에서도 사용된 기법)이며 "그레첸"의 선율은 끝 악장의 주요 주제로 사용되었다. 이 교향곡에서 리스트는 중대하고 장대한 표제를 위대한 영감과 정열, 내용을 지닌 음악에 성곡적으로 결합시키고 있으며, 형식의 거대한 규모는 그것을 유발한 폭넓고 힘찬 이념으로 보아 당연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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