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의 초기 작품
쇤베르크의 음악은 당시 유럽의 후기낭만주의 음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브람스와 바그너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낭만주의 음악 어법을 사용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쇤베르크는 브람스로부터 주제를 발전하고 변형하는 기법을 배웠고, 바그너로부터는 불협화음의 자유로운 사용, 반음계적 화성 등을 배웠다. 19세기의 마지막 해인 1899년에 작곡된 현악 6중주곡 "정화된 밤"(Verklarte Nacht)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후기 낭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 음악이 기초하고 있는 데멜(Richard Dehmel 1863-1920)의 시 역시 그 시대의 세기말적 증상을 심하게 나타낸다.
"정화된 밤"으로부터 2년 후의 작품인 "구레의 노래"도 후기 낭만 시대의 반음계적 화성 뿐 아니라 극도의 대형주의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구레의 노래"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다섯 명의 독창자, 해설자, 4개의 합창단,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 그러나 쇤베르크는 곧 "정화된 밤"이나 "구레의 노래" 등에서 보여 주었던 후기낭만주의 음악 어법에 점차 한계를 실감하였다. 그 때문에 향후 작품에는 점진적으로 무조성 음악으로 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1905년경부터 1912년까지의 기간은 쇤베르크가 후기 낭만주의자에서 표현주의자로 거듭나는 과정의 시간이었다. 음악 양식은 반음계적 조성 음악에서 무조성 음악으로 변화되는 시기였다.
후기 낭만주의와 표현주의 사이에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 중의 하나로 1906년에 작곡된 "실내 교향곡"이 있다. 이 작품을 두고 후기 낭만주의와 표현주의 사이의 양면 거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거울의 앞면은 후기 낭만주의의 복잡한 악보와 낭만주의 화성의 잔재가 남아있고, 뒷면에는 새로운 음향의 화음(전통적인 화성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조성)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실내 교향곡"은 작곡된지 7년 만인 1913년 빈에서 초연되었는데,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거센 반발과 야유가 가득했으며, 당시 빈의 신문은 음악회장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한 마디로 이 작품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것만으로 만들어진 복잡한 소리"라고 했고, 또 다른 신문은 "공포의 실내 교향곡"이라고 비꼬았다.
무조성(Atonality)
화음의 진생에 있어 주음으로 향하려는 기능의 해체를 무조성으로 본다. 대부분의 무조성은 3도 간격으로 쌓는 화음을 포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성에서는 불협화음이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조성 해체는 1909년경 일어났으며, 그 끝은 12음 기법의 시작(1923)까지의 시간을 범위로 한다. 이러한 시간적 경계는 표현주의와 어느 정도 일치할 뿐만 아니라, 무조성에 의한 음악적 표현력은 표현주의의 "예술은 개인적 경험을 전달하는 데 사용한다"는 의미와 일치한다. 고전적 균형과 질서를 철저히 배척하고 내적 표현의 강요를 위해 조성을 해체하는 화성적 현상은 그것과 상응하는 리듬과 형식의 해체 경향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인식된다.
쇤베르크의 작품 중 최초로 무조성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곡은 "현악사중주 제2번"(1908)의 마지막 제4악장이다. 그리고는 연가곡 "공중정원의 책"과 모노드라마 "기대" 등이 모두 1910년 이전에 작곡되었다. 쇤베르크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낭만주의의 잔재가 보이는데 옛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부서져 새로운 틀 속에 담겨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무조성과 범조성
이 두 개념 모두 조의 중심이 명백하게 들리지 않는 음악의 표현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그러나 방법론적으로 볼 때, 이 두 개념을 동의어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조성(Atonality)은 조성이 가진 중심력이 완전히 배제된 것을 의미한다면, 범조성(Pantonality)은 모든 조성적 중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조성에서의 조성적 중심은 조성 경향 그 자체가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인식될 정도로 분명한 구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12음 기법(twelve-tone technic)
1920년대 초에 12음 작곡 방법을 위한 많은 명칭이 등장하는데, 12음기법, 12음을 가진 작곡, 12음 조성, 12음 음렬 기법, 12음 구조, 12음 기법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용어는 각 용어가 가진 고유성에 대해 생각되기보다는 무조성에 이은 필연적 결과물인 12음 음악과의 동의어로 특별한 구분 없이 사용된다. 조성이 부여하는 화성의 규범성, 조직성, 형식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와 규칙을 찾는 것은 하우어(Josef Matthias Hauer, 1883-1959)와 쇤베르크에 의해 각각 독자적인 12음 기법으로 체계화되었다.
쇤베르크가 '단지 연달아 관계하고 있는 12개 음을 가진 작곡'이라고 언급한 12음 구조는 한 옥타브 안에 속해 있는 12개 음들을 새롭게 배열하는 것이다. 그때 조성적인 배열이 포기되고 12개 음들은 서로 간에 완전하게 독립적일 뿐 아니라, 완전하게 동등한 의미를 갖는다. 작곡가는 12개의 동등한 음들로부터 작품을 성격화 하는 예비 배열로써 하나의 열(Reihe)을 구성한다. 그것으로 음렬적 사고의 근본을 이루는 원칙이 확정된다.
*쇤베르크의 음렬을 만드는 원리
a) 음렬을 가능한 한 모든 12음을 포함해야 한다.
b) 음정 간격의 선택은 다양해야 한다.
c) 음렬의 기본형태로부터 전통적 대위법의 원칙에 의해 전위(Umkehrung)를 얻어낸다. 더 나아가 역행(Krebs)과 전위 역행(Krebs der Umkehrung)을 형성할 수 있다.
d) 이러한 네 가지 형태의 각 음렬은 옥타브 12단계의 각 음으로 이조 될 수 있다. 그것으로 48개의 음렬을 얻어낸다.
e) 하나의 음렬을 구성하는 각각의 개별적인 음은 임의의 옥타브 위치에서 나타날 수 있다.
f) 즉각적인 음의 반복은 허용되지만, 그 밖의 음 반복은 피해야 한다.
g) 음렬을 구성하는 음들의 연속진행 속에서 리듬 배열은 자유롭다.
h) 옥타브 중복은 원칙적으로 피해야 하지만, 음색 적인 토대로써 옥타브 중복은 가능하다.
12음 기법은 발견 이후 20세기 전반에 몇몇 작곡가들에 의해 음렬의 구성에서나 또는 그 전개 방법에서 다양성을 보이며 수정되었고, 1950년대 작곡가들에게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음악의 모든 매개변수(Parameter)에 열의 법칙을 적용하는 더 넓은 범위로 확장된다. 이러한 열의 법칙을 적용한 음악은 '세리엘 음악'(Serielle Musik)으로 총칭된다. 열의 법칙을 적용한 음악들, 즉 쇤베르크와 그의 제자들, 하우어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작곡가에 의한 12개 음에 열의 법칙을 적용한 12음 음악은 음렬음악으로 50년대에 음악의 모든 매개변수에 열의 법칙을 확대 적용한 음악인 '세리엘 음악'은 총렬 음악으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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