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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20세기 음악

우연성 음악(Indeterminacy)

by 킴날레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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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은 '주사위'라는 뜻의 라틴어 알레아(Alea)에서 유래하는 '불확정성 작법', 즉 작곡이나 연주에서의 우연적인 조작을 말하는 종합적인 개념이다. 케이지와 미국의 아방가르드에서 시작된 완전히 정의되지 않는 형식들, 슈톡하우엔과 볼레즈의 순열적 사고 속에서 구조적으로 또는 형식적으로 전향된 형식들을 총칭하여 우연성 음악이라 한다. 서양음악 전통의 관점에서 우연성 음악은 창작에 대한 기본적 취지에 반대되는 것이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예술에 대한 견해에서 볼 때도 우연성 음악은 '미완성'의 작품이기 때문에 음악의 범위를 벗어난 반예술(Anti-art)로 간주한다. 총체적 개념으로써 우연성 음악은 그것을 대표하는 작곡가에 의해 대륙간의 기본적 개념 차이를 가지고 있다.

케이지는 예술의 목적은 예술과 매일 매일의 일상적 삶과의 구별을 흐리게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세운 예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케이지는 '우연'을 중요한 방법으로 수용하였다. 케이지의 '우연'은 동양의 선불교에 근거한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그 기본적 사고를 찾아볼 수 있다. 주역에 의해 접하게 된 선불교의 사상인 '무작위가 작위'라는 것의 영향은 1950년경부터 케이지에게 인위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자연의 이치대로 소리가 자연스럽게 구성되는 작곡 방법으로 구체화하여 나타난다. 우연을 음악에 사용한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 "피아노를 위한 변화의 음악"과 "4분 33초"를 들 수 있다. "피아노를 위한 변화의 음악"은 음의 고저와 장단을 우연으로 얻어진 것에 의해 작곡하는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작곡하려는 작곡가의 작위적인 이기심을 버린 작품이다. "4분 33초"는 음악은 소리예술이고 우연한 소리만을 지속의 요소로 받아들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보여준 '음악은 모든 소리 예술'이라는 그의 사고는 196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플럭서스(Fluxus) 그룹 예술가들의 해프닝에 영향을 미쳤고, '침묵이 유일한 지속'이라는 케이지의 주장은 또한 침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라우쉔버그(Robert Rauschenburg, 1925)의 "하얀 그림들"에 반영되었다.

1950년대를 지배한 유럽의 총렬 음악과는 극단적으로 차별화되는 케이지의 우연성 음악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6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총렬 음악에 깊이 빠져 있던 슈톡하우벤과 볼레즈는 우연적 요소를 가진 음악형식의 새로운 모델 발전에 가담하였다. 50년대 초반의 총렬음악 작곡이 숫자를 통한 세부적 조작을 할지언정, 사실상 작곡가는 작품 세부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됨으로써 우연은 이미 존재했던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하였다. 불확정성의 시작에 있어서 총렬적 사고는 지속해서 유지된 채 머물러있다고 그들은 주장하였다. 1957년 다름슈타트에서 제시한 이 두 작곡가의 우연적 사고를 적용한 알레아 음악은 케이지의 우연성 음악과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볼레즈는 우연성이라는 표현을 음악적 형식의 규정을 위하여 사용하였다면, 슈톡하우젠은 그것을 수많은 통계적 개념의 하나로 보았으므로, 그것을 통계적 사고에 의한 작곡에 도입하였다. 슈톡하우젠의 우연적 견해를 통계적 사고에 의한 작곡에 도입하려는 것은 음악적 요소들의 관계에서 확실한 가변성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첫 번째로 세부적인 부분들은 결정되었으나 형식 전체가 열려있는 요소들의 교환 가능성으로 1959년 작곡된 슈톡하우젠의 "타악기를 위한 순환"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형식 전체는 닫혀있고 세세한 부분, 예를 들어 루토스와프스키의 "현악 4중주"에서의 '가능한 한 빨리'와 같은 연주 지시어처럼 여러 가지의 음악적 표현이 열려있는 경우 그리고 1956년 작곡된 슈톡하우젠의 "피아노 소품 XI"에서와 같이 전체 음악적 형식과 세부적 사항도 열려있는 경우 여러 가지 음악적 표현의 교환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작곡가들의 창작에 있어서의 사고와 작곡 방법으로써의 우연성은 연주해석과 기보법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연성과의 관계 속에서 연주해석을 단지 많은 사람들이 작곡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할지라도, 우연성과 기보법의 관계는 도표식 악보의 등장으로 인해 그 변천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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