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바로크, 낭만과 같이 음악사에서 시대 구분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는 음악이 아닌 다른 예술이나 문학에서 시작되어 음악에 적용된 개념이다. 그 여러 개념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경향과 특징이 음악에서의 그것과 일치되지 않는 면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음악사의 새로운 시대 구분을 위한 용어는 18, 19세기 등과 같은 중립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미술과의 관계 속에서 1874년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된 인상주의라는 용어는 음악 용어로의 전이에서 단순히 용어를 빌려온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의 표현 대상과 그 방법에 있어 상당히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인상주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상주의 회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회화 운동이다. 그 대표적인 화가인 모네(Claude Monet, 1840-1926)와 그의 인상주의를 대변하는 작품인 "인상, 해돋이"는 인상주의 음악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인상, 해돋이:라는 제목의 그림과 그 그림이 포함된 전시회가 거기에 참여했던 화가들을 비평하면서 사용했던 용어인 '인상주의'가 하나의 영향력 있는 예술사조로 자리 잡은 것과 같이, 음악에서 인상주의 개념의 적용은 부정적인 것에서 출발하였다. 드뷔시의 관현악 작품 "봄"이 발표된 후 이 작품에 대한 '경계해야 할 모호한 인상주의'라는 부정적 평가는 곧이어 긍정적인 의미의 음악사조로 바뀌게 되었다. 1860년대 말부터 인상주의 회화가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과 같이, 인상주의 음악은 후기 낭만주의의 대편성 관현악을 통한 과장된 표현과 표제음악에서 나타나는 사실적 묘사를 거부하였다. 또한 인상주의 음악의 특징으로 들 수 있는 주제에서 시작되어 나아가는 전통적 형식에 대한 거부도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한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버리고 사실적 세부 묘사와 정밀성에 의한 윤곽선을 배제하는 인상주의 회화에서의 모티브 취급과 비교될 수 있다.
음악에서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드뷔시가 거론되지만, 그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경우와 같이 자기 작품이 인상주의라는 개념 안에서 이해되기를 거부하였다. 드뷔시 스스로는 오히려 자신의 작품세계가 주제에 대한 상상력과 스쳐 지나가는 인상을 상징적인 단어를 통해 표현하는 상징주의 문학에 더욱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인상주의 작품이 갖는 표제는 낭만주의 작곡가, 예를 들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나 바그너 작품에서 나타나는 사실적 묘사를 수반하는 표제와는 상당한 거리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상주의 음악에서 선호하는 표현의 대상은 회화에서의 대상과 마찬가지로 자연,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심리학적 상태 등이다.
이러한 대상을 음악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온음음계, 5음 음계, 교회선법, 대부분 기본음 없이 사용되는 9, 11, 13의 화음, 해결되지 않는 화음, 화음의 병 진행, 선율형성에 대한 그레고리안 성가의 영향, 이국적 음악의 영향, 박의 강세가 숨겨진 리듬, 고도로 세련된 관현악법 그리고 특히 목관악기의 음색적 특성 등을 부각했다. 또한 모네의 "루앙 대성당"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신비스러운 표현을 위한 하프의 역할강조와 형식적 실험들이 인상주의 음악에서 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인상주의의 시간적 범위는 약 1890년에서 1918년까지로 드뷔시의 창작시기와 일치한다. 인상주의의 전성기는 라벨(Maurice Ravel, 1875-1936)의 영향 아래에서도 빛을 발하였고, 프랑스의 예술 영역 속에서 193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두 작곡가에 의한 인상주의 시기는 '후기 인상주의'라는 개념으로 나눌 수 있는 발전과 변화를 수반한다. 드뷔시, 라벨과 함께 스페인의 파야(Manuel de Falla, 1876-1946), 이탈리아의 레스피기(Ottorino Respighi, 1879-1936) 그리고 영국의 델리우스(Frederick Delius, 1862-1934)를 대표적인 인상주의 작곡가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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