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 베르크(Alban Berg 1885-1935)의 초기 무조성 음악을 일컬어 '표현주의 음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음악에서 사용하는 표현주의라는 용어는 인상주의와 마찬가지로 미술사조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러한 용어들이 유래한 독일어의 두 단어를 보면 '인상주의'(Impressionismus)와 표현주의(Expressionismus)는 알파벳 첫 두 글자만 다르다. 인상주의는 안(Im)으로 받아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표현주의는 밖(Ex)으로 표출한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용어 자체에서 서로 대조적인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표현주의 화가들로 꼽히는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 코코슈카(Oskar Kokoschka 1886-1980), 클레(Paul Klee 1879-1940) 등은 회화가 실존하는 것을 그대로 그리거나 혹은 여기에 약간의 해석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재를 창조하는 정신과 영혼의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표현주의 회화는 20세기 초 당시 현대인들의 긴장과 공포, 불안과 갈등, 그리고 잠재의식 속의 충동과 저항감 등을 표현했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유명한 작품인 '절규'(Der Schrei) 속의 주인공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공포에 질린 표현주의적 인간의 모습이다.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이 그림은 '표현'이라는 단어를 잘 반영한다. 표현주의의 전성시대가 1910년부터 1925년 정도까지임을 생각할 때, 뭉크의 작품인 '절규'(1893)는 가장 전형적인 작품이라고 하기보다 표현주의를 있게 한 도화선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회화에 있어 표현주의 양식은 야수파와 닮은 점이 있고, 실제로 야수파로부터 유래되었다. 또한 당시 주요 미술사조였던 입체파, 미래파 등과 중복되는 면도 있고 또 이들과 복잡하게 얽히기도 해서 분명한 구분을 짓고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표현주의 화가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바가 사실적 묘사작품이 아닌 인간의 내면세계에 호소하는 자아 분석적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표현주의 화가들은 특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표현주의 회화 양식은 점차 추상적으로 변해감으로써 결국 그림 속의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까지 변형되었다.
미술사조로부터 시작된 표현주의는 문학, 연극, 건축, 음악 심지어 영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표현주의라는 용어는 미술사조에 국한되어 사용되지 않고 1910년경부터 1925년 무렵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예술사조 전반을 지칭하는 폭넓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또한 예술적 활동 범주도 넘어선 정신적, 사회적 활동의 일환이 되었으며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표출하고 나아가 물질주의와 이데올로기 분쟁에 대한 경고의 기능까지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표현주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면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거부감조차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처럼 표현주의는 기존의 것에 대한 거부와 반항으로 탄생한 것이지만,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표현주의는 낭만주의의 연장선에 있다. 음악에 있어서 표현주의는 낭만주의와 통하는 면이 실제로 아주 많다. 우선 사상적인 면에서 작가의 내면적 세계를 주관적인 입장에서 표출한다는 점에 있어서 표현주의는 낭만주의와 상통한다. 또 지역적으로 보면 두 가지 사조 모두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계승되었다는 점도 맥을 같이 하는 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양음악 양식의 역사 속에서 표현주의 음악은 후기낭만주의 음악의 꼬리를 물고 탄생한다. 표현주의 음악의 선봉에 섰던 쇤베르크의 표현주의 작품들은 그가 후기낭만주의의 첨단에 섬으로써 그 한계를 경함한 후 그 돌파구로써 찾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음악사전>에는 "1910-20년대 독일의 표현주의 음악은 쇠퇴기에 들어선 낭만주의의 마지막 절망적인 절규"라고 표현되어 있다.
미술이나 문학에서와 마찬가지로 표현주의 음악에도 당시 사회에 대한 반항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찾아가고자 하는 실험적 측면이 강했다. 표현주의 음악은 인간 내면세계의 밝은 모습보다는 어두운 면을 반영하며, 기존의 것에 반항하는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찌그러진 추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로 따라 표현주의 음악을 처음 접할 때 이해하기 어렵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음악 중 하나로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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