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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사/20세기 음악

20세기 음악과 현대 문명

by 킴날레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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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음악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20세기 초반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사회 전반에 큰 변혁이 일어났고 이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과 과학 기술, 건축 및 각종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겉으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물질문명의 급격한 발달이다. 19세기 말 경부터 시작된 각종 발명은 20세기까지 계속되었고 전화, 라디오, 전기, 자동차 등은 이미 1920년대에 유럽과 미국에서 친숙한 것이 되어 있었다.

20세기 초, 이러한 발달로 많은 사람이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에 대한 후유증은 전쟁이 끝난 1918년 이후에도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사회 전반이 전쟁의 참상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했고, 많은 사람이 절망감에 빠졌으며, 작곡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시대의 작곡가들은 다른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경제적 기능을 상실했다고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1929년 10월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경제 대공황'은 오랫동안 세계 경제를 깊은 침체기에 빠트렸다. 또한 1931년에는 스페인 혁명이 일어났고, 1932년부터 러시아에서는 스탈린(Josef Stalin 1879-1945)이 본격적으로 예술 탄압 정책을 펼쳤으며, 1933년 독일에서는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가 집권하게 됨으로써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전 세계에 어지러운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20세기 초 유럽에서 활동하던 주요 작곡가들이 전쟁과 관련되어 여러 개인적인 이유로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유럽 문화가 미국으로 이식되었다. 유대인이었던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는 나치를 피해 보스턴으로 갔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다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UCLA에서 교수직을 맡게 되고, 독일인인 힌데미트(Paul Hindemith 1895-1963) 역시 나치의 간섭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 교수로 재직한다.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 바르톡(Bela Bartok 1881-1945)은 줄리아드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였고, 러시아에서 태어나 파리를 주 무대로 활동하던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는 하버드대학교의 객원교수로 청빙 되었는데 그곳에서의 특강 강의록을 바탕으로 "음악 시학"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제 고전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20세기 초에는 의학 분야와 심리학뿐만 아니라 물리학과 천문학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 1865-1939), 융(Carl Gustav Jung 1875-1961),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와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등이 이 시기에 각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과거에 손대지 못했던 인간 정신활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며, 200년 넘게 우리의 상식을 지배했던 뉴턴의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도전받는 일이 생기기도 했으며 인간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내딛는 일도 일어났다. 

이러한 여러 가지 분야의 발전과 변화는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작곡가들은 스스로가 산업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계 문명 자체를 소재로 다루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1920년대의 작품들에서 잘 반영되었는데, 열차가 달리를 '칙칙폭폭' 소리 등을 묘사하는 오네게르(Arthur Honegger 1892-1955)의 "퍼시픽 231 열차"(1924)나 철공소의 소음을 그린 프로코피예프의 "철의 춤"(1927)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만약 전기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전자음악이나 구체음악 등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20년대에 이미 프랑스 작곡가 바레즈(Edgard Varese 1883-1965)는 전자 음향을 사용하여 곡을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어 전자악기의 개발을 주장했으나 당시에는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었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파리에서 쉐퍼(Prerre Schaeffer 1910-1955)를 필두로 시작된 전자기기를 사용한 새로운 시도는 마침내 구체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다. 구체음악이란 자연의 소음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음을 그대로 녹음하거나 전자장치를 사용하여 변화시켜 녹음한 뒤 테이프로 제작한 것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테이프 음악(Tape music)이라고도 불린다. 1950년대부터 신시사이저를 사용해 소리를 전자적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자음악 분야는 급속도로 발전하였고 20세기 음악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게다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소리의 특성을 수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1980년대부터는 미디 산업의 획기적인 발달로 과거와 같이 녹음기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컴퓨터로 디지털 음향을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졌다. 20세기 작곡가들이 그 이전 시대의 작곡가들에 비해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뛰어났다기보다 이들이 살던 시대의 상황이 그들에게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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